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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라진 현대극장 _ 박호재 문화사업실장

작성일2014-07-08

작성자 관 * 자

조회 1100

 
사라진 현대극장
 
박호재 _ 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지난달 초 현대극장이 철거됐다. 1961년에 문을 열었으니 53년만에 추억 속으로 자취를 감춘 셈이다. 물론 현대극장의 영사기가 멈춘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마지막 영화는 2002년 4월에 개봉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였고, 그 후 형체만을 유지해오다가 이제 그 흔적마저 지워진 것이다.

출근길에 갑자기 텅 비워져버린 극장의 옛 터를 보는 느낌은 낯설다 못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더구나 현대극장은 필자가 몸담은 일터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이어서 일상의 풍경 하나가 움푹 뜯겨나간 것처럼 허전했다.
현대극장은 필자에게 여러 가지 상상을 일깨워준 건물이기도 했다. 상영을 멈췄기에, 폐경의 여인네처럼 쓸쓸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을 천변 너머로 바라보며 필자 나름대로 재활의 청사진들을 그려보곤 했던 것이다. 이제 그 모든 게 무망한 꿈이 됐다.

사라진 것은 흔적만이 아니다. 도시의 한 모퉁이에서 두런두런 숨 쉬고 있던 추억거리들도 함께 지워져 갈 것이다. 1968년의 어느 저녁의 현대극장, 가수 남진의 흐느끼는 듯한 배경 음악 속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을 보며 눈물을 훔쳤던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제 곧 종적을 감추게 될 것이다. 그곳에 필시 다시 세워질 초현대식 고층건물을 가리키며 신영균, 문희와 같은 옛 배우들이 출연했던 멜러 드라마를 얘기하는 일은 너무도 황당하거나 어색한 일이 될 것이므로….

그러나 현대극장 철거는 과거로부터, 또 앞으로도 우리가 숱하게 맞닥뜨릴 사례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 과정은 어쩌면 현대 자본주의 대도시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마르크시안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그의 역작 ‘반란의 도시(rebel cities)’에서 “전통적 도시는 자본의 과잉축적을 처리하려는 욕구의 희생물로서 개발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사람을 위한 도시를 지키기 위해 저항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하비의 주창을 새기지 않더라도 옛 골목과 근대의 상징들이 이미 도시의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는 시대에 현대극장 철거와 같은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야기가 담긴 도시의 낯 익은 맥락들을 지켜내기 위한 공공의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동구의 오랜 주거지들에서, 그리고 양림동의 옛 터들에서 이미 시작된 붕괴의 조짐들에 대한 공동체의 깊은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광주는 비슷한 조건의 다른 도시에 비해 근대공간의 오브제들을 보존하고 재활하는 일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대구와 부산과 인천 등의 도시에서 근대공간 혹은 원도심의 재활 프로젝트에 성공해 하나의 문화관광 브랜드로 각광을 받고 있는 와중에 광주의 노력은 지나치게 미미했던 편이다. 민선 6기의 시작과 함께 도시디자인국을 도시재생국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광주시의 조치는 이런 차원에서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다.

오래된 도시공간들을 보존하는 것은 결코 무용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낯익은 인간관계, 그리고 낯익은 환경에서 안락감을 느낀다. 자신을 둘러싼 도시공간에 대한 이 같은 유대감은 결국 ‘살고 싶은 도시’의 근본 동기로 작동될 것이기에,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낡은 공간을 축출하고 들어선 고층빌딩이 기여하는 고용과 세수보다 훨씬 더 막중한 무형의 자원이다. 인문도시로 나아가고자 하는 광주의 진정한 원동력인 셈이다.
 
<2014.7.8(화) 남도일보 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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