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ㆍ전남 문화정책 새 판 짜자
김성 _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우리나라 예술계의 절대적인 지원기능을 가지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 아르코)가 지난 5월 30일 빛가람 혁신도시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라고 표기함)는 예술창작 지원, 예술인력양성, 국제예술교류, 소외계층 문화역량 강화, 지역문화예술 지원, 공공미술 사업 등에 지원하고 있으며, 광주문화재단과 전남문화예술재단도 아르코로부터 수십억원의 국비를 받아 우리 지역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문화예술지원기관이 설립 41년만에 서울에서 빛가람 혁신도시로 옮겨온 것이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는 1910년 로스엔젤레스 일부 지역에 스튜디오를 건립하면서 영화산업의 새 장을 열기 시작했다. 미국의 중심지인 워싱턴이나 뉴욕과는 동떨어진 한적한 시골에 터를 잡았지만 발전을 거듭한 끝에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가 되었다. 아르코가 빛가람 혁신도시에 자리잡았다고 문화예술산업이 하루아침에 번창하지는 않겠지만 '탈중심'과 '지방의 활성화' 가능성을 담고 있어 기대가 크다. 이날 개청식에서 남평초등학교 출신인 김정옥 전 예술원 회장(연극인)은 "건물만 옮겨왔다고 성공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문화예술의 중흥을 가져와야 국민의 기대에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해 그 의미를 대신했다.
광주는 2023년까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고, 내년이면 이 사업의 핵심인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된다. 또 올 11월이면 광주가 세계 네 번째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밖에 광주과기원에는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자리잡았고, 이달부터 빛가람 혁신도시에 디지털 콘텐츠를 전담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된다.
바야흐로 광주ㆍ전남에 문화예술 창작시설이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 광주와 전남이 문화로 융성해지고, 문화산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호남의 2차 산업에도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ㆍ전남의 시도민들도 사고방식을 확 바꾸고, 행정은 더더욱 혁신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기회에 전환해야 할 세 가지 방향을 제언하겠다.
첫째, 아르코가 지역의 문화재단, 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호남문화융성 기지'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인들이 넘치고, 창작품이 해외로 진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렇게 돼야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에서도 벤치마킹 하는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 '예술적 자원'은 많으나 '경제'와 '접근성'에서 취약한 지역여건을 극복하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 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둘째, 광주ㆍ전남의 문화행정도 '간섭'하는 구태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문화재단은 시도의 문화행정보다 훨씬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ㆍ지사부터 감 나라 배 나와라 간섭하는 바람에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져 배가 산으로 갈 판이다. 예술인들의 창의성을 외면한 쾌쾌묵은 행정으론 피카소나 카루소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태어날 수 없다. 예술과 행정의 중간지점에 있는 전문가를 잘 활용하도록 '간섭'이 아니라 '지원'하는 자세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와 함께 문화ㆍ관광분야만큼은 시도가 벽을 허물고 유용한 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선진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크지도 않은 땅덩어리에서 뿌리까지 같으면서 자치단체장의 '권위'만 따지며 '장난질'하는 구태는 이제 깨끗이 버려야 한다.
셋째, 우리 지역의 문화 관련 기관ㆍ단체도 '보여주는 예술'에서 시도민들이 '참여하는 예술'로 전환해야 한다. 예술계에서는 장르가 무너져 가고 있고, 반면 시도민들의 예술향유욕구는 높아지고 있다. 이 변화를 모두 수용하는 것은 생활예술의 기회를 높이는 것이다.
광주가 문화로 발전하면 그 경제적 과실을 광주만 독점해서는 안된다. 전남도, 아르코도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행정상의 벽을 허물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판(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무어 하나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겪어 온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2014.6.4(수) 전남일보 문화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