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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테마형 정책'에서 '주민주도형 정책'으로 _ 박호재 문화사업실장

작성일2014-06-10

작성자 관 * 자

조회 777

 
'테마형 정책'에서 '주민주도형 정책'으로
 
박호재 _ 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패션의 흐름처럼 재빠른 것은 아니지만 도시문화정책도 지난 몇 년 동안 적지 않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의 맥락은 ‘테마형 정책’이 ‘주민 주도형 정책’으로 변모를 꾀한 점이다. 특히 이 변화는 인위적이거나 의도적인 것이 아니어서 눈길을 끈다. 테마형 정책의 폐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속속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성찰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의 삶 중심의 정책변화가 유도됐기 때문이다.
 
테마형 정책은 지난 10여년 동안 전국 대도시들의 도시문화정책을 견인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저런 화려한 슬로건을 앞세운 목표가 설정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인프라, 새로운 축제, 새로운 이벤트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소수의 기획자들에 의해 구상되고 주도됐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외국의 사례에서 분별없이 이식된 것도 많아서 해프닝을 만들기도 했다. 이를테면 신안의 어떤 섬에 성 박물관을 만들자는 구상 같은 것이다. 다행히 실현은 안됐지만, 만약 가시화됐다면 끔찍했을 일이다.
 
그러나 좀 더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해프닝은 허다했다. 드라마 세트장 유치 광풍같은 것도 그렇고, 헛웃음이 나올만한 엉뚱한 시도들도 많았다. 주민 공동체의 필요성이나 기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겉도는 이러한 기획들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할리는 만무하다. 대부분 단명했거나 설혹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해도 혈세 낭비의 원흉으로 지적돼 미운 털이 박혀 있는 상태이다.
 
주민주도형 정책에 대한 요구가 태동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들 때문이다. 주민주도형 정책의 핵심 가치는 지역 커뮤니티가 지속성장이 가능한 문화적 자생성을 갖는, 이를테면 ‘지역력’신장이 문화정책 추진의 주요 동인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각 지역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 같은 것이 대부분 이러한 동인에서 출발했고, 사업의 성패 또한 자생력 획득이 주요 관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커뮤니티의 자생력 확장에 방점을 두는 정책 추진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선 소수의 전문 창조그룹이 제시하는 세련된 기획들에 비해 주민 주도형으로 제안되는 사업들은 겉보기에 거칠고 투박할 뿐만 아니라 의사수렴의 절차나 과정 또한 난항을 겪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볼 때 때로는 한심하고, 시쳇말로 촌스럽다는 말로 비하될 경우도 많다. 주민 주도형 문화정책을 밀고 나가는데 있어서 인문적 성찰이 필시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종의 철학적 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장르 아티스트나 도시공간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커뮤니티 프로젝트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러한 인문적 성찰이 결여된 때문이다. 이를테면 문화와 주민의 삶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신념이 배제된 상태에서 주민주도형 문화정책은 성립될 수 없다. 이는 ‘행복한 공존’이 문화의 궁극적인 지표라는 문화의 근원적인 질문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들을 두고 볼 때 시민중심 문화정책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시간을 투자하는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굳이 결과를 전망해서도 안 되고, 주민의 문화적 역량이 길러지고 모아져서 흐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이제 기획자들 또한 입안자의 입장을 벗어나 멘토와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다.
 
<2014.6.10(화) 남도일보 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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