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 《어깨 너머》는 바로 그 ‘구성된 자아’의 문제를 탐구한다.
두 작가는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제도적 구조 속에서 의미화되는 사회적 인격체로 바라본다.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생산성, 제도의 기준, 미디어의 언어 등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존재를 평가하고 분류하며, 자아를 규격화한다.
《어깨 너머》에서 두 작가는 이러한 사유를 시각적 구조로 번역한다.
회화와 설치는 사회적 가치 체계가 인간의 정체성을 규격화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질서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작품들은 관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나’와 ‘사회’의 관계를 전복시키며,제도와 자아의 경계가 얼마나 유동적인가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어깨 너머’라는 제목은 이중적 의미를 품는다.
한편으로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배우고 지탱하는 연대의 제스처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의 구조를 ‘비껴서’ 관찰하는 비판적 시선의 위치다.
그 속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은 사실상 이미 사회적 구조가 설계한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교의 ‘무아(無我)’ 개념은 이 체계에 균열을 낸다.
무아는 자아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와 맥락 속에서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으로 본다.
이는 서구 근대의 실체적 자아 개념을 해체하면서, 동시에 현대 사회의 제도적 규범이 어떻게 자아를 잠식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타자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흐름이다.
즉, 이 전시는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재구성하는 행위이자, 제도 너머의 자유를 상상하는 시도이다.
그 어깨너머로 바라본 세계에서, 자아는 더 이상 닫힌 실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 쓰이는 이야기로 남는다
기획: 강동호
참여작가: 강동호,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