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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항쟁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용기를 준 '친구같은'노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작성일2015-05-14

작성자 관 * 자

조회 1153


“항쟁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용기를 준 ‘친구같은’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말한다

누가 이 노래에 색깔을 입히는가?
누가 이 노래를 종북이라고 하는가?
누가 이 노래가 불순하다고 하는가?
민주·자유 위해 분연히 일어나 싸운
‘님’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2015. 05.12. 20:48:29

‘님을 위한 행진곡’ 원본(사진 위)과 당시 처음으로 노래가 실렸던 테이프의 복사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제공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님을 위한 행진곡’이 세상에 처음으로 불리어지던 날, 오정묵의 남저음 목소리가 조금만 녹음기에서 흘러나왔을 때, 제작에 참여한 모두는 가슴속 그 어디에선가 울컥 올라오는 불덩이를 느꼈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말없이 격려하였다. 1박2일의 길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 치열함과 절박함으로 인해 우리는 기진맥진하였고, 비록 영혼결혼식이지만 훌륭한 선물을 드렸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모두의 얼굴에 흐르고 있었다. 녹음기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노래만이 아니었다. 마치 먼저 가신님들이 알고 있다는 듯이 지나가는 기차소리와 옆 집 개 짖는 소리도 노래에 장단을 맞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또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다음 해 3월,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서울 연대 앞을 친구와 걷고 있을 때, 어디선가 귀에 익은 노래 소리가 들린다. 친구가 설명한다. 이 노래는 최근에 학생들이 데모하면서 부르는 최고 인기곡이란다. 내가 만든 노래라고 했더니 친구가 도통 믿지 않는다. 한참 후에야 이해를 한 친구와 그 날 밤이 새도록 그 노래를 부르며 신촌을 배회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지난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나 불려졌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아픔이 있는 곳, 위로가 필요한 곳에서 들불처럼 번지면서 그들의 눈에서 눈물 한 움큼씩 쏟아내곤 했다. 그리도 그 눈물 덕분에 우리는 또 다시 용기를 얻는다.

올 해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파행될 거라는 뉴스를 접했다. 3년 연속인 셈이다. 표면적인 이유야 ‘님을 위한 행진곡’을 국회가 공식적으로 결의안을 통과 시킨 대로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달라고 또 공식 기념 식순에 포함하여 제창으로 부르게 해 달라는 행사위원회의 요청이 거부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내면적인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들이 이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이 노래를 폄훼하여 5·18민주화운동을 지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나는 가끔 자괴감에 젖는다. 주변에서 나약하다는 소리도 듣지만 이 노래 때문에 기념식이 공식적으로 열리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 아픔을 이겨보려고 어제 산행을 했다. 집에서 산으로 가는 길에 조그만 대학교가 하나 있다. 아마 예술대학교인 것 같다. 아주 어린 학생들 대여섯이 무슨 모임을 하는 것 같은데 한 학생이 기타를 가지고 반주를 하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다가 산길로 막 접어들었는데 귀에 들리는 노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아닌가? 아이돌 음악에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 노래는 들풀처럼 살아서 아마 5·18민주화운동이 무엇인지도 언제 일어난지도 모를 젊은 대학생들이 합창하고 있지 않은가? 산행하는 내내 그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집에 도착할 무렵,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누가 이 노래에 색깔을 입히는가? 누가 이 노래를 종북이라고 하는가? 누가 감히 이 노래가 순수하지 않고 더럽혀졌다고 하는가? 민주와 자유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싸웠던 ‘님’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오늘도 기죽고 풀죽어 힘들어 하는 우리들에게 한없는 위로를 보내는 ‘님’들의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우리가 많이 부족하여 이 노래가 지금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100년이 지난 미래의 역사는 이렇게 얘기 할 것이라는 것을….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민주와 자유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군사 독재와 싸운 용감한 항쟁이었으며 ‘님을 위한 행진곡’은 이 항쟁의 역사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우리 모두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 결코 물러서지 않도록 도왔던 우리들의 친구같은 노래였다고….


김종률은
1970년대 말 MBC 대학가요제에서 ‘영란과 강진’으로 은상을 수상하면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1981년 작곡했다. 이 노래는 오월 열사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창작노래극으로 백기완의 ‘묏비나리’를 소설가 황석영이 개작하고 곡을 붙임으로써 탄생됐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올해 초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으로 부임해 일하고 있다.

kjdaily.com
<2015. 5. 12.(화) 광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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