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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제는 융합행정의 시대-이유진 정책연구팀차장

작성일2015-07-23

작성자 관 * 자

조회 548


이제는 융합행정의 시대


이 유 진
광주문화재단 정책연구팀차장


1800년대 말 미국 필라델피아에 살던 소년 하이먼은 집이 가난해 상급학교에 가지 못했다. 뛰어난 그림 솜씨로 사람들의 인물화를 그려 주며 돈을 벌던 하이먼은 그림을 그릴 때 지우개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연필 끝에 실로 지우개를 연결하여 사용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지금의 ‘지우개 달린 연필’을 만들었고 특허를 내어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융합(convergence)을 얘기 할 때면 자주 회자되고는 하는 이 이야기는 융합을 통해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아이디어, 발상의 전환을 독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사실 이 글은 행정 융합에 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불을 붙인 것은 며칠 전 MOU 관련해 다른 기관과 전화를 주고 받았던 상황에서 연유한다. 처음 전화를 받았던 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연결했다. 어느 다른 부서와 연결이 되었지만 그 부서가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관련 부서를알려 주시면 그 부서로 다시 연락하겠노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 기관은 문화와는 관계가 없는 기관인데….’였다. 오후 여섯시가 넘어가고 있어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당장 MOU를 맺자는게 아니고요. 서로 무엇을 하는지. 함께하면 좋은 것은 무엇인지, 각기 잘하는 것이 있어 역할분담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언지 알아가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겠지요.’ ‘구애자가 매력적이지 않다고만 말고 좀 만나 보고나 떠나지, 원...’이라고 혼자말을 했다. ‘0내일 아침 다른 부서로 전화를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문득 2013년 문화융성 원년에 제정된 문화 기본법 제3조에서의 ‘문화’에 대한 정의가 떠올랐다.‘문화’의 정의는 이랬다. 문화란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 물질적 지적 감성적 특성의 총체이다. 그런데 그동안 문화가 가치 중심, 삶의 질 중심이 아니라 너무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좁게 해석 되어진 것도 문화가 다른 세상이려니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융합행정의 한 예로, 부처주의(Depatmen -talism)의 전형이었던 전통 영국행정을 들 수 있다. 정부는 각 부처를 중심으로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었고 각 부처는 종종 특정 전문직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이러한 체제는 각 기능별 정부의 대책추진에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처주의의 약점들이 부각되었다. 지금의 정책 문제가 갈수록 복합성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이 약화되었고 정책 문제에 대해 단편적으로 접근함으로 인해 문제 해결의 부담을 서로 떠넘기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각 부처는 시민들에게 봉사하기보다 자신들의 권한이나 영역을 보호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1977년에 집권했던 영국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에서 제시한‘연계형 정부(Joined-Up Government:JUG)는 결국 기관들의 경계(일명: 부서 간 칸막이)로 인해 시민들에게 제공될 서비스들이 분절되는 것을 막고, 여러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노력의 최종 목표는 시민고객에 대한 통합적 서비스 제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행정 과정의 개선‘을 의미한다. JUG는 조직구조의 설계, 예산의 배정, 목표의 설정, 일상적인 일선행정의 수행 등 영국 행정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쳤다.

융합 행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다. 지금의 현실은 워낙 다양한, 이질적인 정책 현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통을 기대해 본다. 소통은 글자 그대로 ‘막힌 것을 터버린다’는 뜻의 소(疏)와 ‘새로운 연결’을 뜻하는 통(通)의 개념이다. 이는 기존의 고정된 삶의 형식을 극복하여 새로운 연결과 연대를 모색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타자가 속한 문화(위에서 언급한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살펴보고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바라보고, 먼저 다가가 마주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고. 그러니 융합은 예술(art)이라고 했나보다.

<2015. 7. 23.(목)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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