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시민의 사랑이 목마른 광주의 공연문화-김종률 사무처장
작성일2015-07-24
작성자 관 *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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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사랑이 목마른 광주의 공연문화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입력날짜 : 2015. 07.23. 19:47
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2015년도 창작뮤지컬 '빛골 아리랑' 배우들을 뽑기 위한 오디션 때문이었다.
‘빛골 아리랑’은 광주문화재단이 올해로 3년째 준비하고 있는 창작뮤지컬이다. 지난 해 시민들의 평가가 남다르게 좋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광주의 역사적인 사건을 한 가족을 중심으로 탁월한 서사적 전개로 펼쳐낸 빛골 아리랑은 5월 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시나리오와 연출이 탄탄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올핸 9월 공연을 목표로 현재 준비 중에 있다.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고 악용될 소지가 있는 대사의 일부를 고쳐 광주 대표 뮤지컬로 키우겠다는 게 광주문화재단의 계획이다. 타 지역 출장공연은 물론이고 광주에선 공연의 상설화를 다지겠다는 일념으로 올해의 공연을 다듬고 있다.
지난 해 언론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었다. 단 광주 지역 출신 배우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물론 총연출을 담당한 유희성감독이 서울에서 활약하는 스타 감독이긴 하지만 고향은 광주다.
어떤 지역의 공연문화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퀄리티 높은 작품으로 관중을 끌어 모아 공연을 활성화시키는 정공법이 있고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지역 출신 배우들과 스텝들을 활용하여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혹자는 이 둘을 조합하면 좋지 않으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둘을 조합하는 공통분모를 내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빛골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출신 배우들의 캐스팅을 많이 하자는 것을 기치로 삼고 올 초 계획 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 전략을 실행했다.
예를 들어, 지역출신 배우 우대를 모집공고에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 광주시내 주요 음악·연극·뮤지컬 학원을 대상으로 적극적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반응은 별로였다.
접수결과 274명의 응시자 중 광주·전남 출신들은 불과 20여명이 채 안되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에 그쳤다.
지역 배우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했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왜’일까. 일차적으로는 광주 문화계에서 뮤지컬과 같은 공연문화의 부진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공연 배우의 꿈을 가진 지망생들이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을 법하다.
광주 지역 공연 기획사들 역시 고민이 많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공연을 제작해도 시민들이 찾아주지 않는다. 그 결과 기획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결국 사업을 접고 만다. 이런 악순환이 광주 공연문화계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다간 예향 광주의 공연문화는 어디론가 사라지지고 말 것이다. 공연문화계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해답은 결국 시민들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누가 앞장서야 할 것인가? 공연기획사나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 아니면 정부나 시 산하 문화단체일까? 아니다! 답은 시민이다.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아주고 어렵사리 올린 공연물을 사랑해주어야 한다. 매년 적잖은 공연들이 광주에서 기획되고 공연된다. 물론 형편없는 것들도 종종 있지만 꽤 많은 작품이 예향 광주의 텃밭에서 키워진, 잠재력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문화시민들이 사랑과 애정을 갖고 공연장을 찾아주는 게 배우, 스텝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더 큰 소득은 자신들의 작품이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자부심을 얻게 된다.
혹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세계적인 문화도시 가운데 광주보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이 상당수 있다.
경제회복은 1-2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5년, 아니 10년 이상 장기적이라는 게 문제다. 그 사이에 문화나무는 죽고 만다. 한 번 죽은 문화나무를 되살리는 일은 정말 어렵다. 결국 시민이 나서야 한다.
문화가 광주를 밝혀줄 빛이고 미래의 밥이다. 밝은 미래를 생각하자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의 애뜻한 문화사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민의 공연문화사랑이 ‘예향 광주’의 배우와 스텝의 저변을 키우고 나아가 세계적인 뮤지컬에 광주의 인재들이 캐스팅되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광주 시민들이여, 문화 나무는 여러분의 사랑을 받고 자랍니다.”
<2015. 7. 24.(금) 광주매일-문화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