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아침시평-광주U대회...변화의 '착한 태풍'될까? - 서영진 대표이사(20150804)
작성일20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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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광주U대회…변화의 ‘착한 태풍’될까? |
입력시간 : 2015. 08.04. 00:00 |
서영진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역시 광주(光州)이고, 남도사람들이었다. 메르스정국까지 겹친 세상의 혼탁함 속에 치러진 세계청년들의 축제-광주하계U대회는 “광주는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낳았다. 대회를 주최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는 ‘광주U대회는 세계스포츠사에 남을 최고의 대회였다’는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이례적이다.
시민들의 지혜와 단합으로 메르스사태와 북한불참, 태풍 등 3대악재를 한방에 날려버린 쾌거임이 분명하다. 광주U대회는 벌써 세계스포츠계의 신화(神話)반열로 가는 느낌마저 든다. 이럴수록 자만해서는 안되지만 시민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다. 이번 경우는 다르기 때문이다.
광주하계U대회는 남도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자기 확인’의 기회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35년 만에 시민들의 한마음이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35년 전, 80년 광주5·18민주화운동이후 광주와 남도인들은 정부와 정치권 행태, 타 지역의 일부 왜곡된 시각에 집단적 반응은 보이지 않았었다. 그저 선거 때 투표로 개인적 의사를 내보였을 뿐이고 그것은 ‘몰표’현상이었다. 소극적 저항이고 참여다.
그런데 이번엔 모든 시민이 자발적으로 남도의 정(情)과 맛과 멋을 세계에 내보였다. 민·관이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본적도 오랜만이다. 시민 서포터즈단, 팸투어는 국제대회에선 이제까지 없던 첫 사례다. 스포츠대회를 문화와 접목시켜 ‘컬처버시아드’로 만들어낸 것도 지구촌의 ‘신선한 충격’이다. 메르스로 구겨진 나라체면마저 일거에 날려 버렸지 않는가.
35년 전, 광주와 남도인들이 이 나라 민주와 인권, 평화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면 이번엔 그 정신을 문화예술로 승화시켜낸 것이다. 시민의식의 올곧은 무한성장이다. 개최비용을 줄이면서도 감동을 선사하고 ‘흑자대회’를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청와대도 선수단만 초청하던 ‘관례’를 깨고 시민서포터즈단과 대회관계자들까지 4백 50명이나 초청하는 파격을 보인 것이다.
끌로드 루이 갈리앙 FISU회장은 대회준비상황점검 차 광주를 왔을 때 “광주는 35년 전 대학생들이 자유를 외치던 곳으로 U대회 최적의 개최지”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폐회식 후 “광주가 별이 되었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전설이 되었습니다”고 광주와 남도인이 만들어 낸 ‘감동실화’를 최고의 찬사를 광주에 ‘헌정’했다. 이 또한 남다르지 않는가.
문화중심도시 광주는 이제 ‘문화’로 더욱 매진해야 한다. 문화가 ‘밥’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준 이번 대회를 ‘문화산업’의 기공식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광주시는 7일부터 시청 시민숲·잔디광장 일대를 시민에게 개방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편다. 하룻밤 잠자며 꿈꾸는 ‘텐트촌’까지 마련한다.
중세의 성채(城砦)처럼 남의 것으로 느껴지던 시청건물을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고 시민과 함께 광주의 문화산업을 설계할 것을 기대한다. 또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광주를 만들자는 깊은 뜻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화합과 배려의 남도정신 원형(原型)을 찾아내는 작업은 이렇게 현실화되고 있다. 변화의 작은 물방울이 큰 강이 되기를 기도한다. 지금은 ‘광주의 기회’다.
광주문화재단은 최근 무분규 노사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어지러운 이 지역 노사문화에 새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일은 노사 양쪽에 ‘문화’가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화합과 창조의 작은 날갯짓이 ‘착한태풍’이 되기를 소망한다.
광주문화재단은 9월에 아리랑축전, 10월엔 한 달간의 가을축제를 구상하고 있다. 영국의 에딘버러 8월축제, 베니스 비엔날레의 40일 축제처럼 남도의 문화로 ‘밥’을 짓는 가능성- 세계인의 입맛을 당길 축제를 찾는 ‘실험축제’다.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광주문화는 다양함이 특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광주문화는 초점이 없고 특성이 흐리다는 지적도 받는다. 앞으로 만들어지는 축제는 광주문화의 특성중의 특성을 찾아내는 일도 함께 이뤄질 것이다.
6기 지방자치단체 출범이후 행정시스템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제 광주구성원 모두 새로운 변화에 맞는 의식과 환경변화가 필요하다. 긍정적 사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벌써 8월이다.
무등일보 zmd@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