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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명품길’ 금남로를 걷다 - 이유진 광주문화재단 정책연구팀 차장

작성일2015-08-28

작성자 관 * 자

조회 725

‘명품길’ 금남로를 걷다
이 유 진
광주문화재단 정책연구팀 차장

2015년 08월 27일(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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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예술가 윌리어드 위건의 조각 작품들은 단 몇 미크론 정도의 크기 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 육안으로 볼 수 없다. 그의 작품 중 ‘금빛 요트’는 스위스의 명품시계 제조사에 의해 손목시계와 결합되었고, 시계 옆에 부착 된 광학기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명품은 그 자체로 예술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최근 광주시와 한국전력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 진입로인 금남로 인도변 배전반을 공동 정비해 광주의 도시 품격에 걸맞는, 걷고 싶고 예술미가 넘치는 ‘명품길’을 만들어 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배전반을 완전 철거하거나,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리모델링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도시미관과 보행에 불편이 없도록 자연친화적 시설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자체 점검을 통해 한전배전반 뿐만아니라 보도턱, 볼라드, 파손되거나 침하한 보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요즘 대부분의 출퇴근을 걸어서, 금남로를 가로 질러 하는 나는 규칙적으로 한 가지 코스만을 걷지 않고 그때그때의 마음에 따라, 날씨에 따라, 서둘러야 할 때나 아닐 때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택해 걷는다. 어느날, 나도 모르게 발길이 머무는 구심점들.

늦은밤, 갑자기 친구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 함께 금남로 가로수를 감쌀 꽃잎 모양 손뜨개를 한땀 한땀 만들었다. 이 후에 일명 ‘진실의 옷’으로 불리는 손뜨개 옷을 입은 금남로 가로수길이 궁금해 금남로를 걸었다. 금남로 YMCA앞에서부터 지하도를 건너 전일빌딩 앞, 금남로 옛 카톨릭 센터에 문을 연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 나무들이 손뜨개 옷을 입은 채 서있다.

2015년 1월 27일. 옛 도청 앞 5·18민주화광장에 5·18시계탑이 30여년 만에 다시 세워졌다. 며칠전 이 시계탑 앞을 지나려던 참이었다. “이 시계탑의 시계 있지? 이정도 크기에 맞는 시계가 없어서 일본까지 건너가 시계를 사왔지.” 재단에서 출간하는 광주학총서 ‘무등산, 광주 일백년’의 저자인 박선홍 선생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현재의 시계탑 앞을 지나 걸을 때 였다. 박선홍 선생은 ‘아무리 바빠도 여기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하시면서 지난 1971년 청년회의소 전국회원대회 광주 개최를 기념해 세워진 시계탑의 뒷 이야기를 아직도 그날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으신 듯 생생하게 들려 주었다.

조각품들이 장소성을 살리지 못한채 지나치게 작가중심으로 구성 되어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그래서 이번 명품길 조성을 위해 일부를 예술의 거리로 옮긴다는 금남로에 세워진 조각품들은 어느날엔 슬프게, 또 어느날엔 포근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내 나름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발길을 끌어 당기는 금남로에서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걷는다.

금남로 ‘명품길’의 디자인 접근법은 그 이전까지 지배적으로 사용된 대규모 도시 디자인의 결정주의적 접근법과는 차별화 되어야 한다. 저마다 한 걸음 한 걸음 기분에 이끌려 한 번 더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디자인. 그러려면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적용해 여러 유형의 대상자를 위한 디자인이 필요 하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20세기 고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대량생산을 통한 경제적 도약을 갈망했던 사회상에 기인한다. 생산된 물품과 건설 환경의 대상은 인간이었으나 대량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표준화된 대상만이 선정되었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대상들은 인위적 환경에서 차별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유니버설디자인이다. 따라서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킴으로써 인간을 평등하게 포용하는 환경을 창조하는 것이다. 나이, 성별, 장애여부, 신체크기, 신체능력 뿐 아니라 경제적 계층, 인종 등이 모든 범위를 포함함으로써 디자인을 통한 사회 평등의 실현을 의미한다. 덧붙이자면 무장애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에서 출발한 유니버설디자인은 현재 장애인, 노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넘어 다양한 능력과 인간의 전체 생애주기를 수용하는 디자인 개념으로까지 발전했다.

‘진정한 여행자는 구경거리를 찾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기분을 찾아 여행 한다’지 않는가. 광주의 상징 금남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심미적 가치에 집중이 필요하다. 니체의 ‘무서운 깊이 없이는 아름다운 표면도 없다’는 말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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