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에 부쳐 -선재규 정책기획실장-
작성일2015-09-04
작성자 관 * 자
조회 782
기고-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에 부쳐 |
입력시간 : 2015. 09.04. 00:00 |
선재규 광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
사람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신다. 하지만 사람은 동물과 달리 마음이 허전하고 정신이 메마를 때는 문화와 예술을 찾는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는 ‘모험과 교류의 문명사’라는 저서에서 “동물들은 유전자의 진화를 통해 자연에 적응했지만, 인간은 문화와 문명을 누적시켜 자연을 통제했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문화를 창조하여 교류하고 이를 수세대에 걸쳐 전수하면서 오늘의 문화와 문명을 일궈냈다는 이야기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도 사람과 같아서 경제적 갈증만큼이나 문화적 갈증을 욕망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산업사회가 가고 지식·정보사회가 도래하면서 도시발전 전략의 하나로 ‘경제도시’ 보다는 ‘문화도시’를 선택한다.
이러한 서구의 문화도시 전략을 국가차원에서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에 적용한 것이 바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 사업이다.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와 자원이 상호 교류되는 문화교류의 중심이자 아시아 각국과의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문화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는 국책사업이다. 이중 핵심시설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2015년 9월 4일, 드디어 착공 10년 만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다. 비록 민주평화교류원의 공사 지연과 전당 운영조직 발족 지연으로 5개원의 전면 개관은 11월로 늦춰졌지만, 한때 문화체육관광부 전당운영협력과장으로 재직하였던 필자의 감회는 새롭다. 대통령 대국민 보고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 옛 전남도청 별관 존치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 아시아 5대 권역별 예술커뮤니티 구축 등을 숨 가쁘게 진행했던 2년여의 세월이 꿈결처럼 그려진다. 어디 필자뿐이랴. 150만 광주시민들도 문화전당 공사 기간만큼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2015년 9월 4일을 기다리고 기대하고 기억하고 싶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예술작품의 매력과 향기를 풍긴다. 지중 4층에 구조물을 건축하고 지상엔 10만㎡에 달하는 녹지공간을 조성한 '지중건물 지상공원'의 복합 문화시설로 지어졌다. 이는 옛 전남도청 본관 등 5·18 사적들을 문화전당의 중심부와 상부에 위치시켜 5·18을 기념비화 하고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계자의 숭고한 뜻을 반영한 것이다. 지중 건물 안에서도 밖의 경관을 볼 수 있다. 천창(天窓)을 통해 낮에 모은 자연 채광을 밤에 불빛으로 밖으로 내뿜는다. 세계 건축사에도 보기 드문 세계적인 건축 예술의 걸작이다.
그런데 최근 어떤 중앙지 신문은 ‘아시아문화전당 예고된 재앙'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10년 간 8,000억 원을 투입하고도 준비 미흡, 9월 부실 개관 우려, 개관 콘텐츠도 못 내놔‘ 등을 지적하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흉물처럼 오인하게 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 취지가 무엇이건 간에 결과적으로 기자의 지적은 일부 무리한 부분도 있지만, 새겨들어야 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세계적인 건축 예술 작품을 완성해 놓고도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서글프기 짝이 없다. 무려 10년에 걸친 갈등과 조정, 양보와 타협의 민주적 절차의 산물로 태어난 아시아문화전당이란 생명체에 대하여 미안한 생각까지 든다. 기자의 지적대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 문화의 허브가 될 지, 돈 먹는 하마 신세가 될 지는 탄탄한 콘텐츠와 야무진 운영에 달렸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갈 길은 멀지만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이쯤해서, 그렇다면 광주 지역사회가 준비할 것은 무엇인 지를 되짚어 보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문화발전소의 문화적 에너지가 ‘광주’라는 도시 전체에 확산될 수 있도록 7대 문화권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 하나 개방과 포용, 소통과 배려, 자율과 신뢰, 관용과 사랑이 넘쳐나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그런 ‘문화도시 광주’의 모습을 대내외에 확신시켜 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2015년 9월 4일 광주는 ‘닫힌 광주’가 아닌 ‘열린 광주’의 모습으로 국내외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을 맞이해야 한다.
무등일보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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