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아침시평- “물들어 왔다. 배 띄워라…문화도시 광주”
작성일2015-09-15
작성자 관 *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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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물들어 왔다. 배 띄워라…문화도시 광주” |
입력시간 : 2015. 09.15. 00:00 |
서영진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예술의 밀물이 광주·전남-남도에 밀려오고 있다. 아니 이미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 지난 4일 아시아문화전당이 발표 된지 13년, 착공한지 10년 만에 ‘부분 개방’했다. 준공식은 아직 못했지만 건물내부를 일반에 공개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출생신고’를 한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노무현대통령 후보가 광주를 ‘문화수도’로 키우겠다고 약속해 많은 유권자들이 표로 연결시켜준 것이 출발점이다. 정부는 광주에 전당건물을 짓고, 이곳에서 ‘아시아정신과 가치’를 재해석하고 연구·창조해 세계무대에 한국과 아시아문화예술을 발신하는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광주는 이제 개시(開市)이래 처음으로 세계만방에 문화창조도시임을 각인시킬 기회를 맞은 것이다. 지난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를 통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함께 문화중심도시-광주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감동은 아직도 새롭다. 오는 10월엔 세계디자인총회와 함께 디자인비엔날레가 광주에서 열린다. 국제적 문화행사가 연이어 열리면서 광주의 기운도 새롭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17일엔 ‘광주아리랑축전’이 개막되고, 10월엔 ‘7080충장축제’가, 무등산기슭 운림동 일대에선 ‘무등 문화울림축제’가 한 달간 열린다. 그냥 ‘놀자판’이 아니다. 광주의 문화예술 현주소를 확인하고 이를 문화산업으로 연계시켜나가는 전략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제화 하자는 화입식(火入式)인 것이다.
광주는 이미 유니버시아드를 ‘컬처버시아드’로 승화시켜 세계스포츠계의 별이 되었고 신화의 공간으로 들어서고 있다. 문화예술이 시민들 생활 속에 녹아들어 미국의 뉴욕이나 할리우드, 프랑스 파리처럼 지구촌의 문화도시 반열에 진입하는 새로운 도전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선진도시 사례에서 보여주듯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하리라’는 신념과 열정으로 벽돌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21세기는 문화가 ‘밥’이 되는 세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지난 세기까지는 기계중심의 제조업이 산업을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굴뚝 없는 산업-사람의 두뇌가 ‘생산공장’이 되는 문명의 전환을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 확실하다.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인간의 사고방식과 활동도 바꿔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문화예술로 ‘밥’을 지으려면 ‘쌀’이 필요하다. 21세기의 벼농사는 문화산업이다. 문화의 개념도 과거 문학·음악·미술·연극·무용 등의 범위에서 과학기술·보건복지의 관점으로까지 다루는 형태로 진화되고 있음도 알려진 바다.
지역을 살리고 가꿔내는 일은 이제 관공서나 일부 계층만의 몫이 아니다. ‘나를 따르라’는 시대는 끝났다. A·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중 최종단계는 ‘자기실현의 욕구’라고 했다.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도 스스로의 꿈을 실현하고 보람을 찾는 일이다. 그것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지역활성화의 기본원칙은 주민참여다. 지역을 살기편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낸 곳은 민관이 합심 했을 때 성공했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이 고을에 무관심하거나 애정이 없으면 그 고을은 망하기 십상이다. 지역살림을 관청과 공무원에게만 맡겨 흥한 도시보다 망한 곳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광주가 도시로 탄생해서 처음 찾아온 ‘기회’다. 이를 살려내는 일은 시민사회 모두가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식사랑과 애국심은 강한데 자기가 태어난 고향과 살고 있는 고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서양은 물론 이웃 중국이나 일본과도 다른 현상이다. 왜 그럴까?
국가가 부자라고 해서 모든 지방이 잘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이 부자면 국가는 확실히 튼튼하고 GDP(국내총생산)가 향상된다.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모든 것은 기초-지방이 튼튼해야 나라도 부강해지는 것이다.
시민들도 국가와 관청에 매달리기 전에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자기계발·자기실천·자기책임’의 ‘3자기 정신’이 몸에 배어야 한다. 의식의 대전환이 절실한 때다.
광주·전남-남도는 오랫동안 외로웠고 배고팠고 따돌림 받아 왔다. 우리 스스로의 탓도 있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남에게 의지하려는 생각이 앞서서는 안 된다. 도움을 청하더라도 억지는 쓰지 말아야 한다. 상식의 존중과 의연함은 지역이미지와도 직결된다.
광주를 찾아 온 기회-이 찬스를 놓치면 이 시대 사람들은 후손을 볼 낯이 없고 시대의 멍청이였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물들어 왔을 때 배 띄우고 노 젓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의 광주·전남이 그 때다. 배 띄워라. 노 저어 나가자!
무등일보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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