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너의 목소리가 보여(성현정 수화통역사)
작성일2015-10-05
작성자 관 * 자
조회 993
너의 목소리가 보여 |
입력시간 : 2015. 09.30.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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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통역사로 일을 한지 올해 5년차. 지난 4년 동안은 일반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각장애학생들 대상으로 수업통역 업무를 해 왔다. 그러다가 올해, 누리촌(수화 동아리)를 통해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 작은도서관에서 도서관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수화교육 프로그램에서 수화기초인 마임부터 수화통역사 전문 과정까지 수업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수화도 언어다보니 3개월에 수화통역 전문 과정까지 수업하기에 시간이 부족해, 마임부터 수화통역전문 과정까지 깊이 있게 수업 진행을 못하고 소개하는 과정으로만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수화 수업자료에 농문화와 마임, 그리고 농식 수화 등을 첨부했다. 그리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어르신들에게 수화통역사가 되는 과정까지를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수업자료 수집과 준비를 하면서 끊임없이 고민을 했고, 어르신들과 만나 수업할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매우 설렜다.
나름 이정도면 만족하실 거라는 확신으로 수업준비를 해 가는 날, 초반부터 생각지 못한 변수로 당황하기도 했고 수업을 해보니 원래 수화프로그램 계획과는 달리 어르신들 의견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수화 수업에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기초라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다.
모두가 내 생각과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청각장애인들에게 다가가기 전에 우리 수화교실 어르신들과 먼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업 계획도 어르신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며 수화 수업 과정을 수정하였다.
그 결과는 아주 좋았다. 더 많은 수업 자료준비를 하고 부족한 영상은 보조강사님과 같이 촬영하는 등 일은 많아졌지만, 강사의 노력을 알아 봐주시고 매 수업마다 믿고 따라와 주셨고, 열정적으로 참여를 해주셨다. 그리고 총 22회의 수업과정이 끝나갈 무렵에는 수화를 제대로 배우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여서 매우 아쉬워하셨다. 이렇게 초반에 잠시 엇박자가 있기도 했지만 어르신들의 수화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관심 덕분에 무사히 ‘너의 목소리가 보여’ 수화교실 수료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화 수업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좀 더 가까워지면서 수화를 배우는 이유도 듣게 되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께서는 수화를 배워서 농인들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고, 수화를 배워서 농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제는 사회에 나누며 살고 싶다고 하셨다.
수화를 배우면 농인들을 도울 일은 주변에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는 길 안내, 병원에서는 접수방법과 병원 안의 위치, 행사장에서는 행사장의 구석구석 위치 설명 등 많이 있다.
이렇게 농인들이 소통이 필요한 곳에 생활수화가 가능한 어르신들이 수화통역사로 각각 배치된다면 어르신들에게는 제2의 직업을 갖게 될 수 있고 농인은 더 이상 소통의 장애가 생기지 않는 일반인이 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아주 행복해지는 강사의 소망이다.
그래서,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 작은도서관’에서도 이 간절함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이번 수료를 계기로 앞으로 2기, 3기 수화교실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여기에 좀 더 욕심을 갖는다면 이제는 연령 제한 없이 모든 광주시민들이 수화를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신설되길 바라는 바이다.
끝으로 이번 '너의 목소리가 보여' 수화교실에 강사를 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었다. 지금까지 더운 여름을 농인의 언어인 '수화'에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기고 수업에 참여해 주신 어르신들 수료를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수화를 사랑해주시길 바란다.
성현정 수화통역사
<2015. 9. 30.(수) 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