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최윤희 _ 광주문화재단 공연전시기획팀

“여러분이 있는 이곳은 영국(England)이 아닌 스코틀랜드(Scotland)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 다시 말해 U.K.(United Kingdom)은 4개의 지역이 통합된 곳이다.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세 지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과 북아일랜드가 모여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이 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유난히 고집이 세다. 심지어 스스로 “스코틀랜드식 기질이 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이들은 영국인보다는 스코틀랜드인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당연히 그들만의 국기(성 앤드루스 크로스)를 에든버러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 스코틀랜드 화폐(the Bank of Scotland) 또한 영국 화폐와 함께 통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화폐는 그 지역을 벗어나면 효용가치가 없어진다. 불편함이 있어도 자부심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감수한다고 한다.

이번 ‘자스민광주’ 공연단이 다녀온 곳은 스코틀랜드의 옛 수도 에든버러이다. 에든버러는 연중 기온이 비슷하다고 한다. 평상시 입고 다니는 옷에 날이 좀 쌀쌀하면 웃옷을 하나 더 걸치고, 날씨가 조금 덥다 싶으면 입고 있는 옷을 벗으면 그만이다. `스코트 미스트`라고 불리는 보슬비와 악천후가 유명해 우비와 우산은 필수품이었다.

스코틀랜드하면 가장 먼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격자무늬 치마인 퀼트에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곳의 명물 위스키이다. 에든버러의 8월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를 비롯해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 밀리터리 타두 페스티벌(Military Tattoo Festival), 아트 페스티벌(Art Festival), 북 페스티벌(Book Festival) 등 시작부터 스코틀랜드는 흥이 있고, 멋이 있는 곳이었다.

“참여자에겐 기회의 땅으로, 프로듀서와 기자 등에게는 신인 발굴의 장으로”
(Because everyone joins in, everyone's better off.)

에든버러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늘 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른바 세계 최고의 `아트 마켓`이라 불리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때문이다. 1947년에 시작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공연예술 축제다. 그 중에서도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는 올해 258개 장소에서 2,542팀 21,192명이 참여해 41,689회의 공연을 하게 되며, 607개팀이 거리공연을 하였다. 이 기간 중 무려 250만여 명의 관람객이 에든버러를 찾아오고, 어린이들을 위한 각종 공연을 포함해, 코미디, 댄스, 음악, 마임, 전시, 이벤트, 뮤지컬, 연극 등이 다양한 공연장과 거리에서 공연된다. 프린지는 1947년 정식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8개 팀으로 시작했으며 자신들의 공연을 구경해 달라는 참가자들의 각종 홍보 행위도 눈요깃거리다. 붉은 루주를 입에 바른 ‘훈남’이 ‘프리 키스’ 표지를 내걸고 청춘남녀들과 맘껏 키스를 나누는 풍경과도 마주쳤다. 다만 한 가지 소음을 내는 것은 다른 공연을 위해 프린지 사무국 측에서 엄격히 제지하고 있다.

에든버러 성 중심가인 로열 마일 1km 지역에서 자유분방하게 진행되는 프린지(Fringe) 공연은 다른 공연들보다 튀기위해 홍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난타’와 ‘점프’의 사례는 프린지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난타는 1999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았고 2000년 7월에는 난타 전용극장이 개관되어 그해 10월 1,000회를 돌파하였다. 이후 세계 각국에 초청되었고, 2004년 아시아 공연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하였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다. 이곳에서 공연이 성공만 한다면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무대에 설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 되는 것이다.

“Only today(오늘 표 있어요)!”

에든버러는 인구 오십만의 작은 도시이다. 이런 작은 도시 에든버러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에든버러 성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밀리터리 타투이다. 전 세계에서는 이를 보기 위해 일 년 전부터 표를 사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든버러 성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통제하기 위해 서 있는 경찰 옆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Only today(오늘 표 있어요)!”를 외치며 암표를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60년간 밀리터리 타투를 찾은 총 관객 수는 1,200만 명에 이른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이 가운데 30%는 외국인이다. 추산되는 경제효과가 8,800만 파운드(약 1,548억원)라고 하니 ‘킬러 콘텐츠’를 지닌 축제의 힘을 짐작할 만하다. 밀리터리 타투를 위해 8,700석 규모의 새 스타디움을 세워 더 많은 관광객 몰이에 나섰는데, 덕분에 27일 막을 내린 올해 밀리터리 타투는 전 공연 매진 기록을 세웠다.

에든버러는 인구 오십만의 작은 도시이다. 에든버러 성에서 홀리루드 궁전(Palace of Holyroodhouse)까지 연결된 로열 마일(Royal Mile)은 거리공연이 주로 이루어지는 곳인데, 충장축제가 이루어지는 충장로, 금남로 정도의 길이가 전부이다. 공원, 빌딩 모퉁이 할 것 없이 모든 장소가 순식간에 공연 무대로 변하기 때문에 야외에서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경험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 매년 2,000여개가 넘는 대대적인 규모의 공연들이 모여들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원하는 사람은 모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다양한 교류를 펼칠 수 있도록 마당을 마련하는 게 제 임무죠.”

새롭고 흥미로운 볼거리 뿐 아니라 공연을 사고 팔 수 있는 프로모터들과 공연 기획자들도 불러 모아 자연스럽게 거대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축제기간에 에든버러를 찾는 사람 중 단지 10%만이 순수한 관광객이며 나머지는 공연계 종사자, 프로모터, 극장 관계자, 비평가 등과 각종 신문, 방송 기자들이라고 한다. 이것이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가 갖는 위상이고 전략적 중요성이 될 것이다.

에든버러에는 엘리펀트 하우스라는 자그마한 카페가 있다. 조엔 K. 롤링이 이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스코틀랜드로 건너와 해리포터를 써서 유명해진 곳이다, ‘브랜드 콘텐츠’를 거창한 것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에든버러성이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적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밀리터리 타투, 로열마일 거리의 한쪽을 내어주어 공연장을 만들어주는 프린지 페스티벌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역사적인 콘텐츠와 일상적인 콘텐츠 속에 다민족문화의 다양성과, 실험적인 문화축제를 끌어안음으로써 젊고 진취적인 영국의 새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어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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