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 서안해양성, 북방침엽수림, 사바나, 몬순, 지중해성, 사막, 툰드라...
지구의 기후를 나타내는 용어들 같지요? 하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독서취향 8가지랍니다. 당신은 어느 쪽일까요? 원시림같은 문학성의 열대우림일까요, 평론가같이 까탈스러운 북방침엽수림일까요? "책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독서클럽청년 서지원과 책과 함께 사는 정봉남 아이숲어린이도서관 관장이 나누는 책읽기에 대한 짧은 생각, 들어보세요.
정봉남(아이숲어린이도서관 관장, 이하 정) :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자기소개하는 시간은 어렵다. 일단, 오늘 이렇게 서지원학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 좋다. 사람에겐 “기회”라는게 너무나 중요하다.
서지원(조선대학교 독서클럽 회원, 이하 서) : 나도 오늘 정봉남선생님을 만나 기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와 같은 관심분야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게 가슴 설레인다.
현재 조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반이며, 중앙도서관에 포함 되어있는 독서토론클럽회원이다. 일주일에 한번 씩 모임을 가지며, 모임 전 클럽에서 정한 책을 읽고, “내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것인가?” 등 역할극도 하고, 마인드맵도 그려보며 7명의 멤버가 1시간 정도 토론하는 모임이다. 이 외에 광주시 공식 블로그 “빛이 드는 창”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고, 광주문화재단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기회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독서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사실 난 편독이 심하다. 독서클럽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을 수 없기에 여러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소설을 특히 좋아해 많이 읽는다.
정 : 지원학생이 편독이 심한 취향이라면, 나는 잡독성이다.(웃음)
인터넷검색에 “독서취향”이라고 검색하여 내 독서취향을 알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나는 “열대우림형”이 나오더라. 열대우림형은 호기심이 많고, 관심사가 다양한데 내 취향과 딱 맞는 것 같다. 내 취향에 맞는 작가도 알 수 있다. 한번은 지인을 만났었는데, 그 분께 “저 열대우림형 이예요!” 하니 바로 알아들으시고, 나도 그렇다며 “우리 한번 열대우림형 독서클럽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며 우스갯 소리를 한 적도 있다.
나는 내 자신을 시민활동가이자 운동가라고 표현한다. 현재, 풍암동에 있는 아이숲 어린이 도서관 관장이며, 2007년에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해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도서관이다. 사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전에는 글쓰기 선생님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쳤다. 또한 “공부방 만들기 모임”으로 선생님들에게 책을 소개해주고, 알려주는 슈퍼바이져 역할을 아름다운재단, 한솔교육희망재단의 이름으로 2005년부터 하고 있다. “어린이 도서관 연합회”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입시 위주의 괴롭히는 독서말고, 책을 통해 아이들이 인생을 발견토록 하고, 아이를 짓누르게 하지 말자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서 : 신선한 충격을 준 책이 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지은이 : 장 지글러 펴낸곳 : 갈라파고스)라는 제목의 책이다. 솔직히 말해 보기 싫은 면을 봤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있는 곳만 내가 눈에 보이는 곳만 보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 반대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들의 굶주림을 알게 되고, 기아 등 현실을 보고,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신선한 충격이기에 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정 : 내가 요새들어 지인들에게도 많이 선물하고 있는 책이 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지은이 : 최민식, 조은 펴낸곳 : 샘터)로 최민식 포토그래퍼와 조은 시인이 함께 참여하여 만든 책이다. 태어날 때부터 배경이 어두운 아이들,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의 눈망울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최민식 포토그래퍼와 조은 시인의 짧은 글귀. 그 눈과 글귀를 보자마자 가슴이 탁 막히면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이 사회에서 내가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게 해준 책이다. 진짜 좋은 책은 그런 거다. 지원 학생이 말한 것처럼 보기 싫은 면을 보게 된 책 “아! 몰라도 될 부분을 알게 됐어”라고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책에서 느낀 그 불편함을 감수했을 때만 내 자신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한테 책을 설명할 때 이렇게 말한다. 밥책, 간식책, 보약책. 내 생명을 유지해주는 밥책은 꼭 읽어야 한다. 똑같은 책만 보기 지루할 땐 달콤함을 줄 수 있는 간식책을 읽어야 하고, 그리고 읽고 싶은 것만 읽게 되면생각을 얕게 해줌으로 보약책을 읽어야 한다. 이 3가지 종류의 책을 읽어야지만 아이들이 생각을 키워준다고 생각한다.
서 : 학교 도서관을 주로 가는 편이다. 학교 도서관이 여러 활동을 하기에 공간도 좋고, 시설도 좋다. 공부도 할 수 있고, 밤새 책읽기, 영화보기, 그리고 탐방까지. 무엇보다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조대병원의 장기입원자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정 : 아직까지 도서관과 독서실을 같은 개념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니에요!”라는 캠페인을 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사실, 열람실도 책을 보는 곳인데 시험기간관이 되면 공부하는 학생들의 차지가 되어 버린다. 도서관은 지식정보가 소통이 되는 곳이며, 시민들이 정보를 서비스 차원에서 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요새들어 작은 도서관들이 많이 생겨나서 좋다. “작은” 이라는 말을 할 때는 도서관 문화를 바꿔보고자 하는 작은 철학적인 의미가 닮겨져 있다. 작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하며, 아이들 각자의 성격을 알 수 있고, 누가 어떤 장르의 작가를 좋아하는 지 알 수도 있다. 이건 “작은”이기에 가능하다. 물론 큰 도서관도 장점은 있다. 책을 빌려주고 읽고 받고 하지만 작은 도서관 처럼 삶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은 할 수 없다.
구와 시에서 새로운 도서관 지을 때 운영에 대한 생각을 안한다. 그들의 생각은 “만들어줬으니 고마워해야지”라는 생각 뿐이다. 너무 안타깝다. 광주가 도서관에 대한 상상력도 부족하고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도서관의 모델, 다리 역할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공간이 “아이숲 어린이 도서관”이다. 주최들이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도서관 운영을 해야 한다. 오래된 마루에서 우러나는 빛깔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쓴다 할지라도 따라할 수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좋은 빛깔을 내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날마다 기적을 경험한다. 비록 힘들지만 극복할 수 있었던 단 하나! 처음에 도서관을 설립할 때 여기저기서 “우리 함께해요”하며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 덕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치더라도 “그래. 이건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야. 도와주신 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대신하는 일이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도서관 운영을 하면서 새로운 식구가 많이 늘었다. 지역주민하고는 삶을 함께 할 정도로 가족이 되었다.
정 :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33분 97.3MHZ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라디오의 매력은 정말 크다. 한번은 오전9시~11시 101.1MHZ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내 영혼이 따 뜻했던 날들](지은이 : 포리스트 카터 펴낸곳 : 아름드리미디어)이란 책을 추천해 주어 읽어보니 너무 좋아 한동안 그 책과 함께 했다. 책을 읽고 기쁨을 발견하고 누군가에게 책을 권하는 사람과 그리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의 관계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렇게 난 라디오의 매력에 빠졌고, 그 매력있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 나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화장실 갈 때도 잠들기 전까지 책은 늘 항상 내 곁에 있다.
서 :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무등도서관에 가서 한국화를 그리시면 손잡고 따라가 난 책을 읽었다. 그 중에 생각나는 책은 [누리야 누리야 뭐하니](지은이 : 양귀자 펴낸곳 : 한양출판) 로 그 당시 엄청 울었다. 그 이후로 문학책을 좋아하다가 중․고등학교 때는 일본소설을 좋아했었다. 근데 사실, 생각해 보니 일본소설은 읽고 나서 가슴이 찡하거나 하는 부분이 없어서 남는 게 없다. 사람이 책을 읽으면 그 책에 따라 행동도 변한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소설을 읽지 않았다. 책의 영향력은 크다.
“취미가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독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나 고리타분한 답변이다. 책은 삶인데 어떻게 취미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책은 내게 존재하기 때문에 읽는 거다. 나는 책 이외에도 사진찍기, 자전거 타기, 등산하기, 여행하기 등 여러 분야를 좋아한다. 코레일에서 “내일로”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티켓이 있으면 일주일동안 어느 기차를 타든 공짜로 여행을 갈 수가 있다. 그 티켓을 가지고 안동, 경주 등을 여행했었는데, 경주에서는 일부러 숙소를 아무도 모르는 깊은 곳에 잡아 공간의 새로운 발견을 경험했다.
정 : 나는 책 이외에 그림그리기를 좋아한다. 자연과 환경의 신비에 빠져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날마다 그림실력이 늘어감을 느낀다.(웃음) 꽃은 져야하는 건 알지만,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기에 꽃들의 초상화를 직접 그리고 있다. 꽃이 만발했을 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서.
책은 세상을 보는 눈이다. 내가 이 세상을 알기에는 그 눈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기에 책을 통해 그 눈을 넓혀 가는 거다. 책에는 무궁무진한 정보가 다 들어있기 때문에 책을 위해 투자하는 건 전혀 아깝지 않다.
정 : 광주터미널에 가면 광주지도가 있다. 그 큰 지도에 광주에 오신 모든 분들이 알 수 있게 “아이숲 어린이 도서관”의 위치를 점으로 찍고 싶다.
내가 꿈꾸는 마을은 “동화마을”이다. 가게이름을 “손큰 할머니의 만두가게”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엄마” 등 동화책 이름으로 가게이름을 지어 마을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도서관 주변에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도서관 옆 화실을 내어 책, 미술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프로그램이다.
서 :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충장로 부근에 시민독서클럽의 공간이나 신발벗고 들어갈 수 있는 편한 도서관이 있었으면 한다.
시민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되는 공간을 사진을 남겨 지인들에게 보여주면 이런 공간도 있어? 라는 반응을 나타낸다. 몰랐지만 알면 좋은 공간들을 홍보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정 : 지원학생! “아이숲 어린이 도서관”에 시민독서클럽이 있으니 참여하는건 어때요?
서 : 아 그래요? 언제 한번 가봐야 겠네요.(웃음)
정 : 도서관을 처음 만들 때 목표는 첫째, 찾아오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 둘째, 머물고 싶은 도서관 셋째, 자원활동의 기쁨을 느끼는 도서관이였다. 1년이 지나니 우리 모두가 목표에 도달하며 즐겁게 일했다. 그 다음 목표를 다시 정했다. 아직 찾아오기를 두려워 하는 학생들을 위해 첫째, 찾아가는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을 통해 우리도 성장해야 함으로 둘째, 성장하는 도서관. 셋째,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이였다. 이 3가지는 직원모두가 외워 삶이 되어버린 목표이다.
도서관을 처음만들 대는 인테리어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낄까? 어떤 구성으로 책을 배치해야 할까? 등 공간에 철학이 담기길 원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간이 다락방, 이층침대 그리고 그 작은 공간 한편에 무대를 만들어 공연이 가능한 장소를 만들어 아이들을 관심을 끌었다. 지금 현재 도서관 책은 5,700권이다. 목표는 10,000권이다. 10,000권이 다 차면 더 좋은 질의 책, 보배같은 책으로 바꿀 생각이다. 책 구성은 어린이 중에서도 저학년들을 위한 책 80% 장르별로 나누었고, 그림책은 0~100세까지 읽을 수 있는 예술책이라 생각하여 그림책 코너가 도서관 중에 비중이 가장 크다.
서 : 광주문화재단, 대인예술시장, 쿤스트할레 등 광주는 문화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몰라서 사람들이 못가는 좋은 공간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아까 말한 신발 벗고 들어갈 수 있는 시민독서클럽이 충장로 근처에 생겼으면 한다.
정봉남님은 아이숲어린이도서관장, 북스타트 코리아 상임위원,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이사, 책읽는공부방만들기 슈퍼바이저이다. 쓴책 <아이책 읽는 어른> 으로 항상 동화같은 삶을 살며, 스스로 시민활동가라고 이야기한다.
서지원님은 조선대 영문과 4학년학생이다. 조선대 중앙도서관 독서토론클럽 죽란시사 회원, 광주시 홍보 블로그 ‘빛이드는 창’ 기자단으로 꿈많고 호기심많은 문화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