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칼럼

민문식

전용호 _ 작가․광주 스토리텔링 작가협회장

지금 우리 광주는 어떠한 도시인가? 한 마디로 말해서 ‘사람살기에 좋다! 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글쎄, 그러나 옛날 광주는 참으로 살기 좋았던 듯 싶다.

무등산 잣고개 너머의 무진고성을 설명하는 문헌의 무등산곡(無等山曲) 이라는 노래에 관한 기록에서 그런 정황을 엿볼 수 있다. 원문은 “無等山曲. 光州有無等山, 百濟時, 城此山, 民賴以安樂而歌之” ‘광주에 무등산이 있는데 백제 때에 이 산에 성을 쌓아 백성들이 이 때문에 편안히 지낼 수 있었으므로 이것이 즐거워서 노래 부른 것’이다.

광주에서는 ‘자문(현재의 영수증)’이 필요 없었다는 대목도 있다.

“광주에는 자문(尺文:현재의 영수증)이 없다. 환곡을 나누고 거두는 적세법(糴稅法)에서 아전이나 백성들이 서로 주고받는 표(票)를 자문(尺文)이라고 한다. 오직 광주(光州)만 자문이 없으니 그 풍속이 대개 오래되었다(糴稅之法, 吏民相與受票謂尺文, 惟光州無尺, 其俗盖久矣. 趙在三(1808~1866), 『松南雜識』14, 農政類, 光州無尺)”

태평성대에는 백성들의 노랫소리가 하늘에 높이 울린다는 말이 있듯이 광주는 사람들 인심이 후하고 참으로 살기 좋은 고을이었던 모양이다.

광주 관광객 숫자의 미스터리

작년 10월경 지역 일간지에서 한 해 동안 광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18만 명 정도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동일한 기간에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은 320만 명이라는 내용도 덧붙여 있었다. 그 기사를 읽고 잠시 충격에 빠졌다. 아무리 전주 한옥마을이 유명하고 멋있다고 해도 우리 광주를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가 한옥마을 관광객의 10%에도 미치지 못할까 라는 실망감 때문이었다. 게다가 작년은 광주비엔날레가 열린 해이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5월이면 망월동 국립묘지와 구 도청 앞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서는 날마다 대형 행사가 열리고, 김치축제에는 외국인들까지 한복을 입고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TV에서 자주 보기도 했는데, 우리 광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그 정도밖에 안될까 라는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정신을 가다듬고 냉철하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거나, 경상도나 강원도나 수도권에 사는 외래인의 입장이라고 바꿔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의 지도를 펼쳐놓고 관광지로 광주를 몇 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 라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광주 관광객 숫자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렸다. 광주를 꼭 찾아가고 싶은 매력 포인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광주 사람이라면 함께 생각해 보시라. 광주의 매력 포인트가 어디이고, 한번쯤 꼭 찾아가 둘러보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 과연 그런 곳이 몇 군데나 있는가!

도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만 어떤 사람 주위에는 사람들이 꼬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재미있고 즐겁지만 어떤 사람은 심심하거나 심지어는 불쾌감조차 느끼기도 한다. 사람에게 사람을 끄는 매력 이란 무엇일까?

도시도 마찬가지다. 관광으로 따져보면 먼저 수학여행을 꼽을 수 있는데, 요즘은 해외로도 다닌다지만 우리 중·고등 학창시절에는 제주도는 비싸서 못가고 강원도 경포대, 경주 불국사, 충청도 계룡산 같은 곳이 수학여행 단골 코스였다. 그런 곳이 그나마 볼거리가 있다고 하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트렌드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청산도가 슬로시티니 해서 휴일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제주도도 찾아가서 멋있는 관광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며칠씩 걷기도 한다. 지리산 둘레 길을 걷는가하면 그래서 전주 한옥마을 같은 곳이 히트를 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외지인의 입장이 되어 다시 광주를 돌이켜본다. 과연 광주는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가? 광주는 과연 매력 있는 도시인가?

켜켜이 쌓여 있는 광주의 이야기들

요즘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들이 꽤 있다. 야산이나 밭이나 바닷가에 산업적 요구 때문에 도시들이 만들어진다. 우리 광주는 그런 신흥도시가 아니다. 광주는 역사가 깊다. 역사가 깊은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왔고 사건도 많았다. 수천 년도 지난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살아왔던 선인들의 삶과 사건의 여러 이야기가 광주 여기저기에 켜켜이 쌓여 있다.

광주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무등산만 해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무등산(외적, 의병), 4수원지(이철규), 운암서원(송제민), 충민사(전상의), 충장사(김덕령), 제철지, 주검동(정지 장군 철의) 등에는 국난에 처한 국가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조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분청사기와 백자를 구워냈던 각처의 도요지는 높은 수준의 도자 문화를 꽃피운 곳으로 광주를 품격 높은 예향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공헌했다. 원효사와 의상대는 유서 깊은 불교문화를 1천년 이상 품고 있고, 서석대는 무등산의 대표 명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광주를 품격 높고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비춰주고 있다. 무등산 위의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최고의 약재 인삼을 키운 삼밭실은 무등산을 영산(靈山)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하고, 각처에 흩어져 있는 절터, 숯 가마터, 집터 등은 사람의 흔적을 엿보게 하고 있다. 그리고 무등산 각처에서 나무를 한 나무꾼, 또한 광주 읍내장을 드나들던 장꾼들, 전쟁과 수몰로 이리저리 옮겨 다닌 산골마을 사람들이 넘나들던 잣고개와 배재 및 늦재는 역사 속 민초들의 땀 냄새를 맡게 해준다. 한편 정여립의 난으로 일어난 기축옥사를 피해 동인의 영수였던 이발(1544~1588)의 어린 아들이 무등산에 숨어 대를 잇기도 했다. 항일 열사의 은신처이기도 했지만 해방 후 한국전쟁 전후에는 빨치산들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원효사가 국군에 의해 불에 타버린 것도 빨치산의 근거지가 된다는 이유였다. 오방 최흥종(1880~1966)이 규봉암 너머에 나환자촌을 만들고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1891~1977)이 초옥을 짓고 다원을 조성하여 삼애다원을 만든 곳이 모두 무등산이다.

그 외에도 김덕령 장군 전설, 금남로의 금남공 정충신 장군 이야기, 지금은 매몰되어 자취가 사라진 경양방죽과 태봉산 이야기, 광주천 이야기, 양림동 이야기, 광주학생독립운동 이야기, 518때 총을 들고 시민군으로 활약했던 이야기, 광산구 흑석동 유래 이야기, 극락강 풍영정에 얽힌 강원도 소금장수 총각과 근동마을 장씨 문중 처녀와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 어등산의 의병이야기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쌓여 있다.

감칠맛 나는 이야기 도시

광주의 이야기에는 훌륭한 인물 이야기, 아름다운 풍광 이야기, 믿기 힘든 선행 이야기, 처참하도록 슬픈 이야기, 이루어지지 못해서 아련하고 안타까운 이야기, 가슴을 북받치게 만드는 억울하고 원통한 이야기 들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로 광주를 꾸미고 가꾸면 우리 광주가 정말 아련하고 정감 있는 도시로 부각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광주가 꼭 한번쯤 가보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가 되고, 그 옛날 무등산곡(無等山曲)이 울려 퍼졌던 것처럼 즐겁고 행복한 노래가 넘치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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