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평화연극제 참여하는 일본 극단 ‘천년왕국’
하시구치 유키에 대표
지난 4월 19일 광주문화재단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광주문화재단과 연극 교류 협정을 맺고 있는 홋카이도(北海道)문화재단의 사호 수에오(佐保末男) 사무국장, 극단 ‘천년왕국’의 하시구치 유키에(橋口幸繪) 대표와 오자키 카나메 무대감독, 연극인 기무라 노리코 씨가 5월 7일부터 열리는 광주평화연극제 참가 준비를 위해 광주를 찾았다. 2009년 삿뽀로 아트 스테이지 페스티벌에서 연극대상과 무대예술상을 받은 ‘위작자(僞作者)’로 광주 관객들을 만나는 하시구치 유키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9년 ‘위작자’로 연극대상과 무대예술상을 받고 지난해 홋카이도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홋카이도 오사카까지 가서 순회공연을 했다. 홋카이도문화재단이 광주문화재단, 광주연극협회와 연극 교류를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 평화연극제에 외국 극단도 초청하게 되어 우리 작품을 추천해 주셨다고 한다. 일본의 미술사를 소개한 작품이라서 특별히 추천해 주신 것 같다.
광주에 처음 왔지만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5.18은 시민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들었다. 시민 스스로가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 도시라고 알고 있다.
다른 나라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서 무척 기대가 된다. 문화가 다른 곳에서 우리 연극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다. 특히 문화적인 마인드가 높은 광주에서 공연하게 되어 무척 조마조마하다.
메이지 유신이 시대적인 배경이다. 서양문물이 급격하게 밀려 들어오면서 일본 전통의 가치관이 뒤집어지는 과정에서 ‘그림쟁이’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400년 전통의 류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형과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는 명목으로 ‘위작쟁이’가 되어가는 동생의 갈등이 주된 줄거리다.
삿뽀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천년왕국의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 화려한 무대 세트, 개성 있는 의상, 조명, 음악 등 우리가 원하는 무대를 완성시키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을 거치지만 그만큼 높은 퀄리티가 보장되는 작품을 만든다. 극단 이름을 ‘천년왕국’으로 지은 것도 천년 후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고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는 보편적 가치를 담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무대미술이 대단히 화려하다. 일본 전통그림들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많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다섯 개의 조형물을 중심으로 10명의 배우들이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면서 장면을 만들어간다. ‘위작자’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기 힘들던 25살에 쓴 극본이라서 스토리가 스피디하고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하다. 광주 관객들도 충분히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