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고향이 아닌 외국인이나 광주에서 살아본 타지역 사람들은 광주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예향, 민주인권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미국과 서울에서 각기 나고 자라 광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광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광주 새내기' 조셉 김과 강선영이 본 광주 이야기.
강선영(이하 강) : 서울에서 오래 살다가 광주에 온지 1년정도 됐다. 광주에 와서 처음 든 생각은 “아! 광주는 박물관같은 곳이다.” 였다. 광주는 서울과 비교해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오래된 것들을 보존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곳곳에 잘 보존이 되어있다. 서울같은 경우 고층빌딩들도 많고, 오래된 건물들은 허물어 새로운 높은 건물을 짓기 마련인데 광주는 오래된 건물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 나에겐 너무나 색다른 경험이라 매력적이고, 가치있게 받아들여졌다.
산 지형의 능선들은 완만해서 무등산에 올라가 본 광주의 야경과 남산타워에서 본 서울 야경의 느낌은 빛, 건물들까지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
조셉김(이하 조) : 광주에 온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내겐 너무 낯선 경험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샌프란시스코에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이많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내 친구처럼 느껴졌었지만 모든게 낯설게 느껴진 건 당연했다.
광주에 첫 발걸음, 처음 드는 생각! “아! 내가 진짜 작은 도시에 왔구나!” 였다. 그 전에 서울에서도 잠깐 살았었고, 고향인 샌프란시스코나 잠깐 머문 로스앤젤로스, 샌디애고와 비교해서 봤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굉장히 좋은 도시라고 느꼈다.
강 : 광주 최고의 매력은 여행하기 좋은 도시란 거다. 서울에서 보성 녹차밭까지 5시간을 걸려 간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집에서 30분~1시간이면 차를 이용해 갈 수 있다. 북쪽에는 장성, 서쪽에는 무안, 남쪽에는 담양·보성이 있고 그리고 동쪽에는 무등산이 있어서 짧은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 편하다.
방금 말했지만, 광주의 낮은 지형의 산이나 평야를 보면 굉장히 이국적이다 라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남도 특유의 정서가 느껴진다. 오히려 지금은 서울에 가면 주변이 모두 높은 것들로만 둘러싸여 있어 어색하다.
광주의 골목길을 보면 굉장히 운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차근차근 그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벽에 한 낙서도 보이고, 오래된 집의 형태들이 광주의 역사들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간판! 광주에는 오래됐지만 재미있는 간판들이 많다. 기회가 닿는다면 오래된 간판들을 찍어서 무언가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기는 서울과 다르게 주택 앞마당에 과실수를 많이 심는다. 석류, 무화과, 모과 그리고 앵두까지. 출퇴근길에 항상 지나치는 주택이 있는데 그 짚 앞마당에는 앵두나무가 있다. 혼잣말로 “오늘은 앵두가 다섯 개나 열렸네” 하며 지나갈 때마다 관심있게 쳐다보곤 했는데, 어느 날은 할아버지가 하나 먹어보라며 그 앵두를 따서 주셨다. 그때 느꼈다. 광주는 참 인심이 좋은 곳이구나!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사투리! 광주 사투리는 줄임말이 굉장히 많다. 왠지 모르게 광주사투리를 들으면 “느림의 미학”을 떠올리게 된다. 광주사람들은 서울사람보다는 여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조 : 광주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잘된다고 생각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 서울같은 경우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지만 여기는 서로를 다 알고 있다. 또한, 광주는 문화 네트워크 또한 잘 이루어 진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많은 작가와 교류를 하지 못하였지만 여기에서는 수많은 작가와 교류를 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가능해서 좋다.
광주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좋다. 정부에 대항하며 그들의 권리를 지키려고 했던, 31주년이 된 5.18민주항쟁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민들은 그들의 자유를 위해 뭉쳤으며 이러한 사례는 광주가 아니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강 : 전라도 어머니들 손맛이 좋다고들 하는데, 어머니께서 전라도 분이 아니셔서 예전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광주에 와서 “아! 이래서 전라도 여자들이 음식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하구나!”하고 실감했다. 상추튀김, 애호박찌개 등 서울에서는 조금은 생소한 음식들을 먹어보며 감칠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조 : 강선영씨 말에 동의한다. 근데, 나한테는 서울이든 광주든 음식 맛이 다 똑같다. 아마 내 미각은 음식의 맛을 알기에는 영 아닌 것 같다.(웃음)
조 : 광주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많이 한다. 주로 문화경험을 하러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에 가는데 행사들을 보면 굉장히 실험적이고, 다양해서 세계의 전시들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가끔씩 유스퀘어 2층에 있는 금호갤러리를 가는데, 6월달에 있었던 전남대 의류학과 졸업전시전은 꽤 볼만한 전시였다.
최근에 쿤스트할레 건물 위를 보면 경찰관들이 서서 마치 광주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전시는 9월2일날 오픈식을 한다고하니 그 전시도 굉장히 기대가 크다.
강 : 광주!하면 비엔날레!이지 않은가. 그래서 특히나 광주비엔날레에 관심이 크다. 그리고 의재미술관에 얼마 전에 갔다 왔는데,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인프라가 대단하더라. 그 외에도 금호갤러리 현재 재단(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하고있는 페스티벌 오!광주공연의 쟈스민광주 등 많은 곳을 찾아서 다니는 편이다.
조 : 나 또한 비엔날레에 관심이 크다. 그리고 이건 문화행사 공간이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걸으면서 보는 광주 곳곳의 풍경도 하나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후에 GFN 진행을 하기 때문에 오전시간에 자주 집(일곡동)에서 시내까지 걸어 다니는데 일부러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을 찾아서 간다. 그런 곳을 걷게 되면 광주의 오래된 건물을 볼 수 있고, 그 건물을 통해 광주가 어떻게 살았었는지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강 : 조셉씨하고 저는 둘 다 걷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강 : 서울에서 자주 가는 문화장소는 대학로, 삼청동, 인사동이다. 이 3곳 모두 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긴 곳이다. 이제 너무나 유명해진 “홍대 앞 거리”도 홍익대 안에 미대가 생기고 그로 인해 화방과 갤러리 등 창작공간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상권이 형성이 되지 않았는가. 세월에 따라 하나씩 생겨난 점포들은 그곳의 독특한 성격들이 반영되어 있어서 방문자로 갔을 때 그 느낌이 잘 전달된다.
서울은 문화전달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접근성이 좋고, 다양성이 크단 말이다. 예를 들어 사전정보없이 대학로에 나가더라도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다양한 퍼포먼스가 길에서 열리고, 하루에도 3~4가지의 공연들을 볼 수가 있다. 광주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광주지하철은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으로만 설치되어 있어 도무지 이용할 수가 없다. 지하철이 터미널이나 광주역, 학교 근처를 지나가게 마련인데 이상하게 광주 지하철은 그 부분들을 다 피해서 운행이 된다.
조 : 그 부분은 나 또한 동의 한다. 초기에 지하철을 만들 때 부유한 집단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근처에만 지하철이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작 필요한 장소에는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덧붙여 교통 문제와 관련있는 사람들의 운전습관이다. 광주사람들은 너무나 거칠게 운전을 한다. 과장해서 말해, 나같은 경우 길을 지나가다 죽을 뻔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다. 사회적 신분이 높으신 분도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선영씨 말처럼 서울이 접근성, 다양성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광주를 홍대, 인사동처럼 바꾼다면 그건 광주만의 특색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나는 그냥 광주의 있는 그대로가 좋다.
강 : 조셉씨가 말씀하신 교통 문제에 더하여 말하자면, 사람들이 걷는 인도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광주는 노인인구도 많은데, 인도가 너무 작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같은 경우도 광주에서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의 거친 말투, 난폭한 운전 때문에 “내가 과연 무사하게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광주는 주정차 단속을 잘 안하는 것 같다. 광주에서는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세워져 있는 차들을 보는게 비일비재하다.
조 : 오늘 너무 좋은 경험이였다. 광주에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얘기하는 내내 광주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광주는 모든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I really like Gwangju!!"
강 : 오늘 시간은 광주에 와서 색다른 경험 중 하나였다. 어떤 활동을 떠나서 이렇게 뭔가 광주에서 느꼈던 부분들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오늘 내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내가 광주에 와서 그동안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광주를 많이 배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는 광주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여기에 지내면서 배우고 있고,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보물섬과 같은 광주, “광주다움”이 미래의 광주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인프라가 많이 형성되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역할을 재단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불러주어 감사하다.
조셉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광주에 온 지 1년반 정도 된 한국계 미국인이다. 광주에 와서 GFN진행자를 시작한 건 2010년 12월부터였고, 광주의 문화행사가 있는 곳이면 얼굴을 비치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강선영은 현재 광주 디자인센터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단 전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광주문화재단의 문화관광탐험대로 활동하고 있다. 광주에 온지는 1년정도. 그 전에는 서초 디자인 서울거리 조성사업 등 다수의 공공디자인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