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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배 _ 광주문화재단 기획사업팀장
천년 고도 전주의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 ‘전주시 장기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전주의 도시재생사업은 ‘현대와 전통이 조화된 한국적 문화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주의 전통․한국적 문화도시 지향은 여러 도시발전 계획에서 오랫동안 일관되게 제시되어 왔는데 특히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에서는 ‘전통문화중심 및 영상문화산업수도화로 지역자원 세계화’라는 전북권 발전방향을, <제3차 전라북도 종합발전계획 수정계획(2006~2020)>에서는 ‘전통과 더 큰 미래가 공존하는 천년의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미래비전을 정하고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전주의 전통․한국적 문화도시 지향은 천년 고도의 역사성과 전통문화의 이미지를 강하게 표방한 것으로서 전주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상징성은 있지만 지나치게 고답적이고 과거 지향적 의미로 해석된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결국 여러 도시계획에서 제시되었던 전주의 전통․한국적 문화도시 지향은 2008년 수립된 <전주시 장기종합발전계획>에서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창조적 문화도시’로 정리되어 ‘역사적 전통과 미래지향적 도전을 동시에 아우르는 도시이미지를 포괄적으로 수용’하는 미래비전이 되었다.
이와 같은 전주의 미래 비전은 ‘문화적 창조도시’로 표현되는데 △도심정비 및 재활성화 △한국적 주거환경 조성 △아트폴리스센터 설치 △조시 및 생태환경 조성 △건축․역사 경관 조성 △공공예술 및 디자인 활성화 △문화경관 조성 △문화 도시브랜드 이미지 구축 △문화형 마을만들기 △문화예술자원 발굴․육성 등의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는 한옥, 한지, 한식, 한소리, 한춤, 한방 등 6대 ‘한’브랜드 사업을 추진중이다. 6대 ‘한’브랜드 중 1910년대부터 전주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형성된 약 700여 채의 한옥은 경기전, 객사, 풍남문, 한벽당, 오목대, 전동성당 등 역사자원과 문화상품 생산 및 전시공간, 전통문화 및 전통생활 연구․디자인․교육 공간과 어우러져 도심 속 한옥마을로 재탄생하고 있다.
한옥마을은 전통술박물관, 전통문화센터, 한옥생활체험관, 한방문화센터, 전통한지원, 최명희 문학관, 공예품전시관, 공예명인관, 공예공방촌, 목판서화체험관 등의 체험시설과 이어지고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한지문화축제, 단오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비빔밥축제, 한국음식관광축제, 전주풍남제, 전주대사습놀이 등의 관광객을 흡수하여 전주를 전통문화도시로 인식시키는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또한 전주는 전통 한지의 중심생산지로 전국 한지 생산량의 36%를 점하고 있으며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과 이강주, 송순주 등으로 대표되는 한식은 전주의 문화가치를 높이는 주요자산이 되었다. 아울러 풍류음악, 풍물놀이, 판소리 등 다양한 전통음악의 자산을 보유한 전주의 ‘한소리’는 대사습놀이, 세계소리축제 등으로 발현되어 소리문화의 역사성을 계승하고 있다.
전주시가 추진 중인 6대 ‘한’브랜드 사업 중 한옥, 한지, 한식, 한소리는 전국적인 명성과 인지도로 연관 축제와 이어지고 상설화되어 전주의 전통․한국적 문화도시 지향에 밑거름이 되고 있지만, 한춤과 한방은 뚜렷한 전주만의 독창성은 없고 한옥, 한식, 한지에 비해 한소리, 한춤 등은 산업화나 세계화가 되기에는 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중순 광주문화재단 문화답사 동아리 ‘노마드’는 세 번째 기행으로 전주에 가서 오목대 → 한옥마을 도보 → 최명희 문학관 → 전주 비빔밥 체험 → 경기전 → 어진 박물관 → 전동성당 → 한옥마을 도보 → 공예품전시관 → 전통술박물관 → 한옥생활체험관 → 막걸리 체험 여정을 거쳤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하루 낮에 걸어서 보고, 듣고, 체험 할 수 있는 여정이었는데 전주에서 매년 열리는 열 한 개의 축제기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 곳곳은 관광객으로 만원이었다. 한창 진행되고 있는 도심재생사업과 한옥마을 정비 사업 등으로 다소 어수선했다.
우리 일행에는 남녀노소가 다 있었는데 걸어서 이동하는 어려움과 다소 무더운 날씨 때문에 감흥은 서로 달랐던 것 같다. 특히 광주 양림동 등 도심의 한옥에서 나고 자란 세대에게 전주의 한옥마을은 향수를 불러 일으킬지언정 그다지 매력적인 전통문화 체험이나 관광의 대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주의 한옥마을이 지금처럼 가꾸어지기 전에 그곳에서 살아 보았거나 전주국제영화제 등 전주에서 열리는 축제 때문에 전주에 갔다가 비빔밥과 막걸리를 이미 체험한 사람에게도 한옥마을 중심의 문화상품이 큰 매력을 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번 기행에서 우리가 전주시의 ‘전통․문화중심도시’라는 슬로건과 그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을 보면서 느낀 점은 ‘문화’를 끌어들여 도시 이미지를 브랜딩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옥마을이 구도심의 중심이어서 한옥마을을 바꾸고 개발하는 것이 곧 도심재생사업이 되고 여러 역사자원이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특성을 잘 살려 나가는 것은 구 도심재생이라는 과제가 있는 광주광역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런 점에서 △전통문화도시 이미지 제고 △전통문화자산 가치증대 △시민의 문화수요 충족이라는 기본방향을 2020년까지 꾸준히 이루어 가겠다는 전주시의 야심찬 계획이 기대되고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창조적 문화도시’ 전주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기 위해 다시 한 번 꼭 전주에 가보고 싶다.